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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텐츠속 역사이야기

천추태후, 역사왜곡의 중심에 다시 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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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대하드라마 "천추태후"는 고려 초기 거란과의 전쟁을 배경으로 고려의 자주성과 고구려의 찬란했던 영광을 회복시키기 위해 투쟁했던 천추태후의 일대기와 강감찬으로 대표되는 전쟁영웅들의 활약상을 다룬 드라마로 2009년 1월 첫 방송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미 종영된 대조영 이후 또 한 번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서 고구려의 향수와 역사 속에서 단지 요부로만 치부되고 있는 천추태후를 재조명하여 벌써 관심을 끌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인데요.


 하지만, KBS 대하드라마 "천추 태후" 홈페이지에 소개된 천추태후의 기획의도와 주요 등장인물의 설정에서 이 드라마가 "대왕 세종"에 이어 '또 한번의 역사왜곡의 논란에 휘말리지 않을까?' 우려되는 부분도 확인이 됩니다.


먼저 "천추태후"  홈페이지에 소개된 주요등장인물의 설정이 실제 역사기록과 얼마나 다른지 소개합니다.



☞ 천추태후를 사랑한 김치양
- "천추태후"  홈페이지에 소개된 김치양

황보수, 천추태후의 일생의 연인.
신라왕족의 후손. 신라의 부흥을 꿈꾸는 남자.
그는 황보수가 평생을 걸쳐 지키고자 했던 고려를 없애고자 그녀에게 접근한 남자. 하지만, 이용하고 제거해야 할 대상인 그녀에게 사랑을 품어 버렸다.

 김치양은 신라왕족의 후손이다. 어린 시절은 자신의 신분을 모른 채 어머니와 산골에서 살아간다. 신라복원의 꿈을 꾸던 아버지의 정적들에 의해 어머니가 암살된다. 그 뒤 모진 고생을 겪으며 여진 땅까지 아버지를 찾아간다.

그런데 그 아버지는 그가 오기 직전 생을 마감했다. 여진인들이 거주하던 지역의 한구석, 신라의 부흥을 꿈꾸는 주전파들의 부락에서 그는 자라게 된다. 그 때부터 머리에 익힌 것이라고는 신라의 부흥 그리고 그를 통한 부모의 한을 씻어주는 일이다.

  드라마에서 김치양은 신라왕족의 후손으로 신라의 부흥을 꿈꾸는 인물로 등장하는데요. 사실 김치양은 신라왕족의 후손이 아니고 지금의 황해도 서흥출신으로 신라계가 아닌 고구려계일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자신의 조국인 신라의 부흥을 꿈꾸며 천추태후에게 접근했지만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는 건 극적 상상력일 뿐입니다.

 김치양은 천추태후의 외척으로 천추태후가 헌애왕후이던 시절부터 승려를 사칭하고 궁에 출입하여 천추태후와 불륜 행각을 벌였던 주인공으로 이 사실을 알고 성종이 귀양을 보내지만 천추태후의 아들 목종이 즉위하고 천추태후의 섭정이 시작되자 화려한 부활을 하게 된 김치양은 막강한 권력을 휘두릅니다.

급기야 천추태후와 김치양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을 목종의 후계자로 삼기위해 대량원군(大良院君 후의 현종)을 살해하려다 실패하고 1009년 강조의 정변으로 현종이 즉위하자 아들과 함께 처형되는 인물입니다.



☞ 천추태후를 사랑한(?) 강조

- "천추태후"  홈페이지에 소개된 강조

천추궁의 공주 시절부터 황보수의 곁을 지켜온 남자.
마지막 죽음의 그 순간까지 황보수를 위하여 제 한 몸 갈가리 찢기는 고통을 기꺼이 받아들인 남자. 그에게 사랑은 평생의 축복이자 저주였다.
그 사랑 때문에, 어쩌면 그 사랑의 힘으로 역사에 패역으로 남은 남자.

천추궁에 무관으로 들어간 날부터 그는 황보수의 곁에서 그녀를 지키며 그녀의 그림자로 살았다. 그녀가 왕(경종)의 아내가 되어 궁으로 들어가던 날, 가마를 호종한 것도 그였고, 모든 것을 잃고 아들마저 잃고 궁에서 쫓겨난 황보수의 곁을 지킨 것도 그였다.

황보수에 곁을 지키며 그는 자신의 안에서 황보수를 여자로 보는 마음이 점점 자라나 고통스러웠다. 그녀, 황보수는 너무나 높고, 높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저 곁에서 그녀를 지켜 줄 수 있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한다고 자신의 마음을 다지고 또 다졌다.

 강조 또한 실존인물로 드라마에서는 천추태후의 그림자로 그녀를 짝사랑하는 가장 안타까운 인물로 등장하는데요. 개인적으로도 이 부분이 가장 안타까운 이유는 강조가 왜곡이 가장 많이 된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성종이 아들 없이 죽고 경종의 아들인 목종(천추태후의 아들)이 즉위하자 김치양 등의 외척 세력은 천추태후와 결탁하여 정계에 다시 등장하여 권력을 휘두르게 됩니다. 그것도 모자라 김치양은 천추태후와 불륜의 아들을 낳고 그를 책봉하고자 대량원군(大良院君 후의 현종)을 살해할 모의를 하다가 실패하였으며, 목종까지 죽이려다 이또한 실패하게 됩니다.

이 사건이 있은 후 목종은 자신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중추사 우상시 겸 서북면 도순검사로 북쪽을 지키고있던 강조를 개경의 궁궐 수비와 대량원군의 신변보호를 위해 부릅니다.  목종의 부름으로 5,000명의 군사를 이끌고 개경으로 온 강조는 혼란의 책임이 왕에게도 있다하여 목종을 폐위시키고 김치양 일당을 처형했으며 대량원군을 추대하여 현종으로 즉위시킵니다.

 따라서 강조는 천추궁에서 천추태후를 지키며 그녀를 몰래 흠모하던 순애보의 주인공이 아닌 목종의 총애를 받던 신하였지만 목종을 배반하고 대량원군(大良院君 후의 현종)을 추대하는 인물인 것입니다.

☞ 귀주대첩의 영웅, 강감찬

- "천추태후"  홈페이지에 소개된 강감찬

고려의 명신. 태조 왕건을 도와 공을 세운 삼한벽산공신 궁진의 아들이다.
광종의 호족 숙청정책에 휘말려 집안이 몰락하고, 17세 때부터 세상을 주유하며 산다.

젊은 시절 겪은 가문의 몰락이라는 사건은 그를 옹이진 인간으로 만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넓은 품을 타고난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고난의 세월 속에서 자신의 적 또한 가여운 중생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는 자신이 어떤 때, 어느 곳에 있던 불만이 별로 없다. 그저 그 때 그곳에서 잘 살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넉넉하게, 눈앞에 것에 전전긍긍하지 않고 나도 너도 즐거울 수 있게 살아내면 좋은 것이다.


덕분에 그는 나이가 들수록 장난스러워진다. 나이를 거꾸로 먹어가나 할 정도로. 그렇다고 해서 그가 아무 생각 없는 사람은 아니다. 그는 누구보다도 명석하고, 누구보다 상황판단도 빠른 사람이다.
한 수 앞서 가는 생각, 그것이 그를 더욱 기인처럼 보이게 한 것인지도 모른다.  

 귀주대첩의 영웅 강감찬 장군은 태조 왕건을 도와 공을 세운 삼한벽산공신 궁진의 아들로 키가 작고 얼굴도 못생겼으나 침착하고 의지가 강한 인물로 비교적 엘리트 코스를 체계적으로 밟고 올라온 인물로 드라마상 가문의 몰락과 같은 극적인 설정은 허구입니다. (강감찬은 당시의 주요 요직을 차지했던 장군들과 마찬가지로 무신이 아닌 문신출신이기도 합니다.)

또한, 말년에 장난스러워지며 기인화 되는 설정 또한 후에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 그리고, 천추태후
- "천추태후"  홈페이지에 소개된 천추태후

그녀의 이름은 황보수이며, 한때 헌애왕후였다가 천추태후가 된 여인.
태조의 손녀이자, 경종의 왕후, 성종의 누이동생 ,그리고 목종의 모후였던 여인. 대고려라는 이상 때문에 자신의 혈육과 정적이 되어야 했던 여인.
그리고 그 때문에 사랑하는 모든 이를 잃어야 했던 여인. 하지만 그 손에서, 그 마음에서 ‘고려’라는 선택을 한 번도 놓을 수 없었던 여인.

964년 태조의 아들인 대종 욱과 선의 왕후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머니인 선의 왕후가 일찍 세상을 등지자, 황보수와 형제자매들은 할머니인 신정황태후 황보(태조의 제4비) 씨의 손에서 양육된다. 그때, 할머니 밑에서 함께 자라난 형제가 제6대 고려국왕 성종이 되는 왕치와 제 8대 고려국왕인 현종의 어머니인 헌정황후 황보 설이다.

황보수는 왕실의 공주로 태어났지만, 처음부터 지도자로서 태어난 것은 아니다. 스스로의 이상을 만들어가고, 그것을 위해 깨어지고 부딪히며 성장해 간 사람이다. 서경 팔관회에 참석했던 황보수는 발해 유민의 난동 사건에 휘말려들게 되며 강조와 강감찬을 만나게 된다. 그 두 사람과의 인연과, 할머니의 교훈으로 인해, 황보수는 흩어져 사는 고구려인, 발해인, 신라인을 아우르는 대제국 고려를 꿈꾸게 된다.

역사적인 기록만으로 이 드라마에서 가장 왜곡이 심한 인물이 "천추태후로" 사실상 180도 완전히 다른 설정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KBS 대하드라마 "천추 태후"의 역사왜곡을 지적하는 본인으로서도 '천추태후'의 기획의도와 그녀에 대한 드라마상의 설정에는 박수를 보냅니다.

 고려사, 고려사절요 등 역사사료에 기록된 천추태후는 정부인 김치양과의 관계에서 낳은 아들을 왕으로 만들기 위해 조카인 현종을 암살하려 한 요부로 기록된 것 외에 그녀의 대한 기록은 많지 않습니다.

 사실 고려의 역사는 이성계가 세운 조선시대를 거치며 득세를 해온 유학자들과 자만에 빠진 남성들의 우월주의에서 잉태된 기록으로 이들이 기록하고 검증한 모든 역사적 기록들이 백 퍼센트 진실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어린 아들을 대신해 섭정을 하던 기간에 단 한 번의 외세침략이 없는 점등을 비춰 볼 때에도 그녀의 정치적, 외교적 능력은 일부분 인정되어야 하며 이런 점들로 인해 드라마는 철의 여인 천추태후를 탄생시키게 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또한, 조선시대와는 달리 고려사회는 여성의 지위와 권리가 보장되었고 여성의 성이 억압되지 않은 사회였던 것을 고려한다면 천추태후와 김치양의 관계는 단순한 불륜이 아닌 정치적 동반자의 관계로 보아야 한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는 하고 있습니다. 김치양의 기록 또한 역사의 죄인으로 비치고 있는 천추태후 때문에 그의 일생에 대한 많은 부분이 왜곡되지 않았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 마치며
  KBS 대하드라마 "천추 태후"는 신라말 이후 분열된 한반도를 다시 통일했던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 드라마입니다.

역사드라는 기본적으로 역사적 사실에 충실 해야 합니다.

 물론 작가의 상상력으로 드라마상의 극적인 긴장감과 시청률 등을 위해 일부 내용을 현실에 맞게 수정하는 데는 반대하지 않지만 종영된 "대왕세종"에서 처럼 당시 상황과 맞지 않는 설정과 전혀 있을 수 없는 상상력이 동원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판단됩니다.

 KBS 대하드라마 "천추 태후"의 첫 방송분에서도 거란과의 제1차 전투 때 안융진성에서 강조,김치양과 함께 "천추태후"가 몸소 병력을 이끌고 전쟁에 참가하는 황당한 장면이 있다 하니 걱정이 됩니다.

천추태후의 새로운 재해석이 아닌 고려시대의 잔다르크로 만드는 치명적 오점을 남기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어떤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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