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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텐츠속 역사이야기

종영된 천추태후가 남긴 역사왜곡의 흔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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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대하드라마 "천추태후"는 고려 초기 거란과의 전쟁을 배경으로 고려의 자주성과 고구려의 찬란했던 영광을 회복시키기 위해 투쟁했던 천추태후의 일대기와 강감찬으로 대표되는 전쟁영웅들의 활약상을 다룬 드라마로 지난 1월 첫방송이후 9개월 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27일 종영되었습니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서 고구려의 향수 다시 느끼게함과 동시에 역사 속에서 단지 요부로만 치부되고 있는 천추태후를 새로게 재조명한 이 드라마는 천추태후(황보수) 역에 배우 채시라, 천추태후 일생의 연인으로 신라의 부흥을 꿈꾸는 김치양 역에 김석훈, 황보수의 곁을 마지막까지 지킨 강조 역에 최재성, 전장을 누비며 고려의 강토를 지킨 강감찬 역에 이덕화가 주요 배역을 맡으며 방영 전부터 화제가 되 었으며 김소은, 최철호 같은 새로운 스타를 배출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드라마 방영전부터 우려했던 등장인물의 왜곡된 설정과 회를 거듭할 수록 심각해 졌던 역사왜곡은 드라마가 종영될 때까지 많은 질타를 받았던게 사실인데요.



 팩션드라마가 아닌 현존하는 유일한 대하사극이라며 선전하는 '천추태후'에서 이러한 역사왜곡을 아무렇지도 않게 시청자들에게 선보이는 이유는 극적인 설정을 통한 시청율 높이기의 수단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천추태후'의 중간에 가끔 해설자가 해당 에피소드에 대한 역사절 배경을 소개하는데 이것 또한 '천추태후'라는 사극이 역사적 사실에 입각하여 제작된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게 만드는 장치가 되고 있기도 합니다.

 선정적이며 자극적인 드라마를 피해서 그나마 아이들과 같이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사극들로 역사의 정체성 마져 흔들릴 수도 있는 드라마 '천추태후' 속의 왜곡된 부분을 마지막으로 한번 더 짚어볼까 합니다.

1. 김치양은 마의 태자이 손자가 아니다.
2. 강조는 발해유민 출신이 아니다.
3. 천추태후가 전쟁터를 종횡무진했던 설정은 허구이다. 더구나 거란 소태후와의 조우는 있을 수 없는 일.
4. 경주원군은 김치양 일당에게 자결을 강요받지 않았다.
5. 천추태후와 김치양의 아들이 금나라의 시조가 될 거같은 설정은 김치양을 마의 태자의 손자로 설정한 부분의 연장으로 이것 또한 왜곡이다.


 고려사, 고려사절요 등 역사사료에 기록된 천추태후는 정부인 김치양과의 관계에서 낳은 아들을 왕으로 만들기 위해 조카인 현종을 암살하려 한 요부로 기록된 것 외에 그녀의 대한 기록은 많지 않습니다.

 사실 고려의 역사는 이성계가 세운 조선시대를 거치며 득세를 해온 유학자들과 자만에 빠진 남성들의 우월주의에서 잉태된 기록으로 이들이 기록하고 검증한 모든 역사적 기록들이 백 퍼센트 진실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어린 아들을 대신해 섭정을 하던 기간에 단 한 번의 외세침략이 없는 점등을 비춰 볼 때에도 그녀의 정치적, 외교적 능력은 일부분 인정되어야 하며 이런 점들로 인해 드라마는 철의 여인 천추태후를 탄생시키게 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또한, 조선시대와는 달리 고려사회는 여성의 지위와 권리가 보장되었고 여성의 성이 억압되지 않은 사회였던 것을 고려한다면 천추태후와 김치양의 관계는 단순한 불륜이 아닌 정치적 동반자의 관계로 보아야 한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는 하고 있습니다. 김치양의 기록 또한 역사의 죄인으로 비치고 있는 천추태후 때문에 그의 일생에 대한 많은 부분이 왜곡되지 않았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역사드라는 기본적으로 역사적 사실에 충실 해야 합니다.

 물론 작가의 상상력으로 드라마상의 극적인 긴장감과 시청률 등을 위해 일부 내용을 현실에 맞게 수정하는 데는 반대하지 않지만 종영된 "대왕세종"에서 처럼 당시 상황과 맞지 않는 설정과 전혀 있을 수 없는 상상력이 동원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판단됩니다. <어떤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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