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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텐츠속 역사이야기

천추태후, 신라계와 황주계 대립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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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종(최철호 분)의 아버지인 광종은 2대 혜종과 친형인 3대 정종과는 달리 독자적인 세력기반을 쌓아 왕권을 확보하는 데 힘썼던 인물로 즉위 초 11년까지는 과감한 개혁정책을 통해서 국왕으로서의 자신감과 위엄을 과시하고 새로운 국가체제와 정치질서를 이루는 데 크게 이바지하여 태평성대를 이뤘지만, 후기에는 반대세력을 무자비하게 숙청하며 정치 사회적으로 불안을 일으켜 그 한계를 드러내고 말아 고려사에서 그는 실패한 왕으로 일부에서 치부되고 있습니다.

 광종은 즉위한 지 7년이 되던 해에 왕의 전제권을 강화하고 호족과 공신세력의 특권을 억제하는 조처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 '노비안검법'을 실시하였는데요. 이는 원래는 노비가 아니었으나 전쟁에서 포로로 잡혔거나 빚을 갚지 못하여 강제로 노비가 된 자들을 선별하여 노비 이전의 상태로 되돌려 주는 것을 말합니다. 

 노비안검법의 시행에 호족들의 거센 저항이 있었지만 광종의 의지는 단호하였습니다. 급기야 역모를 꾀하는 이들이 생기기 시작했는데요. 이를 계기로 광종은 역모에 관한 사항은 참소(남을 헐뜯어서 죄가 있는 것처럼 꾸며 윗사람에게 고하여 바침)만으로도 진실이든 거짓이든 자세한 내막을 파헤치지 않고 그 죄를 묻게됩니다.

 이 때문에 죄없이 억울하게 죽는 사람이 속출하였으며 이 여파로 호족세력에 대한 무자비한 숙청이 시작되었으며 이러한 숙청으로 광종 자신도 신변의 위협을 느껴 아들까지도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하니 아들인 주(후에 경종)은 언제 목숨이 달아날까 공포에 떨어야 했습니다. 태조가 총애하던 서경세력의 핵심이었던 장수 박수경도 광종 15년에 아들들이 참소로 옥에 갇히는 통에 울화병으로 죽을 정도였으며 결국 태조의 옛 신하로 살아남은 사람은 불과 40여 명밖에 되지 않게 되죠.

 천추태후에서 개경,서경,황주를 중심으로 한 패서계와 신라계와의 극심한 대립구도는 아마도 이러한 참소가 성행하던 시절 자신들의 정적을 없애기 위해 서경세력의 핵심이었던 박수경의 가문을 몰락시킨 것에 신라계가 깊이 관여해 있다는 암시도 포함된듯합니다.

 광종의 숙청작업으로 많은 패서계 호족이 처단되었지만, 경종이 왕이 되면서 다시 이들 패서계 호족에게 힘을 실어주려고 사면령을 내렸고 기회를 잡은  패서계 호족은 경종으로 하여금 복수법까지 시행하게끔 하였습니다.이 때문에 많은 신라계 호족들이 죽임을 당했고요.

 따라서 광종과 경종을 거치면서 신라와 황주의 극단적인 대립은 심화한 것이죠.

경종



 참고로 태조의 왕비중 가장 세력이 강했던 것이 셋째부인인 신명순성황후 유씨(정종, 광종의 어머니)와 신정황후 황보씨였습니다. 신명순성황후는 신라계에 가까웠고, 신정황후는 황주계였습니다. 경종의 첫째, 둘째부인이 신라계이며 천추태후 자매가 경종의 비로 들어간 것 또한 신라와 황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경종의 판단 또는 신정황태후의 고심책일 가능성이 크겠죠.

 성종이 왕이 된 후 드라마에서처럼 최섬과 김원숭을 중심으로 한 신라계가 또 한번 정권고 목종과 천추태후를 제거하고자 자객을 보내는 극단적인 방법을 취한 것도 성종이 후사가 없이 죽고 목종이 왕이 되면 발생할 작지 않은 파장을 의식해인 것이죠.


 하지만,  이미 성종이 태자로 책봉한 목종과 그의 어미를 죽이려 한 것은 허구로 드라마 '천추태후'에서 보여주는 황주계와 신라계와의 극단적인 대립구도에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위한 하나의 장치라고 보면 될 거 같네요.

 앞서 언급한 것처럼 광종이 패서계 호족을 너무 많이 숙청한 나머지 고구려의 계승이념인 북진을 포기하는 결과를 낳게 되는데요. 천추태후는 이 부분에 많은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으며 오빠인 성종이 죽고 아들 목종을 대신해 수렴청정을 하면서 할아버지인 태조의 뜻을 이어받아 실리적인 외교정책을 취합니다.

 송나라 뿐 아니라 거란의 실체를 인정하고 이 두 나라와의 실리적 외교관계의 지속을 통해 전쟁을 막았으며 뒤로는 이들의 침입에 대해 준비를 하게 됩니다. 이를 위해 외척인 김치양을 대표로 한 패서계 호족들을 자신의 정치적 동반자로 등용하게 되는 것이죠. (김치양은 몰락한 신라왕족이 절대 아닙니다.) <어떤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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