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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TV

에덴의 동쪽이 모래시계와 비교되지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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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덴의 동쪽’은 한날한시에 같은 병원에서 태어난 두 남자의 엇갈린 운명과 복수를 그리는 동시에 1960년대부터 2000년대를 아우르는 한국 현대사의 굴레를 고스란히 담아내면서 방영 전부터 제2의 '모래시계'가 될 수 있을는지 많은 사람의 기대를 모았습니다.

 초반 학생운동이 들끓던 1960년대를 시작으로 학생운동의 선두주자 이기철의 아들 이동철(송승헌 분)이 아버지를 죽게 만든 신태환과의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을 예고함과 동시에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동생 이동욱 가슴 찡한 사연으로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또한, 오랜만에 브라운관으로 복귀한 송승헌과 이미숙의 열연에 종영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하지만, 냉정하게 얘기해서 '에덴의 동쪽'을 제2의 '모래시계'라 호평하기에 조금은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1. 15년 전보다도 진부한 줄거리
 1995년 방영된 '모래시계'는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격동의 대한민국 현대사를 세 명의 주인공을 통해서 묘사한 드라마로 '여명의 눈동자'로 유명한 송지나 작가의 작품입니다. 작가의 유명세에 걸맞게 '모래시계'는 세 주인공의 사랑과 우정을 격동의 시대에 주요사건과 함께 적절히 조화시키는 데 성공했는데요.

 '에덴의 동쪽'이 혈연관계를 중심으로 한 형제애를 실소가 터지게 만들만큼 신파적으로 구성한 것에 비해 '모래시계'는 주인공들의 사랑이야기를 시시콜콜한 신파가 아닌 그때까지 보아왔던 다른 드라마와는 분명한 차별성이 있는 새로운 감각의 신선함으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였습니다.

'에덴의 동쪽'이 한국인 특유의 혈연관계에 뿌리를 두고 그에 따른 사랑과 헌신, 끈끈한 혈육의 정과 같은 한국인만의 정서를 바탕으로 휴머니즘을 회복하겠다는 제작진의 의도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으나 그것을 풀어내는데 작가의 세련미는 조금 부족했던가 아닌가 싶네요.




2. 격동의 시대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드라마
 조직폭력배, 재벌, 검사 등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에덴의 동쪽’은 ‘모래시계’를 연상케 합니다. 또한, 주요 인물들의 활동은 주요 현대사와 적절히 조화되어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모래시계'가 '광주 민주화 항쟁', '삼청교육대' 등 그간 금기시했던 역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영상에 담아 낸 것에 비해 '에덴의 동쪽'에서 이런 역사적인 사건들은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의 활약상을 보다 돋보이게 하려는 부수적인 장치에 불가합니다.

'모래시계'의 김종학 감독이 연출한 '광주 민주화 항쟁'을 보며 눈물을 흘렸던 그때의 감동은 '에덴에 동쪽'에서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단지 지나친 혈연관계에 얽매여 매회 엄마와 동생을 외치는 진부한 이야기를 양산하는 '에덴의 동쪽'은 2009년을 살아가는 시청자들의 눈높이와는 맞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3. 마치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에덴의 동쪽'을 '모래시계와 비교하는 데에는 조금 무리가 있지만 출연진들의 열연과 혈연에 지나치게 얽매이는 것을 제외하면 비교적 탄탄한 구성, 250억을 투입한 초대작에 걸맞은 큰 스케일로 근래에 보기 드문 수작이 나온 것임에는 분명하기에 시청자들은 주저 없이 또 한 번 제 2 의 '에덴의 동쪽'을 기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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