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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텐츠속 역사이야기

동이, 왜곡된 검계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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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9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동이'에서는 동이의 어린 시절 친구였던 게둬라(여현수 분)가 검계를 다시 부활시키고  "살인을 하지 않는다"는 계율을 깨고 양반에 대한 척살을 진행합니다.

 급기야 이들의 칼끝은 잠시 사가에 나가 있던 '동이'의 목숨을 노리지만 천신만고끝에 동이는 위기를 모면하고 차천수를 통해 검계의 수장인 게둬라와 재회를 하게 됩니다.


 드라마 '동이'에서 검계는 첫 회부터 등장을 합니다. 남인의 실세인 장익헌 영감이 살해당한 근처에서 도망 노비를 몰래 도와주던 검계(천민들의 비밀 조직) 일당이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쓰며 동이의 아비인 검계의 우두머리 최효원(천호진 분)과 그녀의 오빠까지 죽임을 당하게 되죠.


  드라마에서 검계는 주인공인 동이의 아비가 우두머리로 있는 조직으로, 도망 노비를 몰래 도와주는 차천수(배수빈 분)가 등장했던 장면으로 짐작해 보건대 관의 부조리를 척결하며 천민을 보호하는 비밀결사대로 묘사될 거 같습니다만 실제 역사 속의 검계는 세상을 어지럽게 했던 깡패에 불과했습니다.

 어떤 기사에는 드라마 최초로 '동이'에서 검계를 등장시킨거하 하지만, KBS '최강칠우'라는 드라마에서 검계가 이미 왈패집단으로 잠깐 등장했던 게 기억납니다.


■ 검계(劍契)의 유래

 검계(劍契)는 글자 그대로 ‘칼을 차고 다니는 모임’이라는 뜻이 있으며 오늘날 조직폭력배와 비슷한 단체입니다. 병자호란 이후 피폐한 백성의 삶 속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했던 지하조직으로 원래 장례 비용을 충당할 목적으로 결성한 향도계(香徒契)에서 비롯한 비밀 조직이었습니다. 

 향도계(香徒契)는 처음 장례와 같이 사람이 많이 필요한 행사를 치르기 위해 만든 모임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장례 비용 등 이권과 연관이 되어 폭력배들이 기웃거리기 시작하였는데요. 특히 상여를 매는 등 장례식과 관련된 행사 진행에 웃돈을 요구하면서 행패를 부렸으며 급기야 이런 범죄자들이 향도계라는 모임을 구실삼아 하나의 조직으로 만들어진 게 검계(劍契)인 것입니다.

 검계는 때로는 살략계(殺掠契), 살주계(殺主契) 등으로 불리기도 했는데요. 검계가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숙종 때 처음으로 조정에서 그 존재를 알게 되었으며 숙종실록에는 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합니다.

 좌의정 민정중이 말하기를, “도성의 무뢰배가 검계(劍契)를 만들어 사사로이 서로 진법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한양 시내가 더욱 소란스러워 장차 외적보다 더 대처하기 어려워질 듯하니, 포도청을 시켜 잡아들여서 유배하거나 죽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신여철 등에게 명하여 살펴 잡아들이도록 하였다. <숙종 10년 2월 12자>

 이 같이 숙종의 명으로 한성부는 검계 조직원들을 체포하여 이들을 강제 해체합니다만 그 뿌리는 잔존하여 영조 때 또 한 번 사회문제가 되는데요. 이때 검계를 소탕하는데 공을 세운 인물이 포도대장 장붕익이란 인물입니다. 장붕익은 검계의 조직이 모두 칼자국으로 자신과 타 조직을 구별했음을 파악하고, 몸에 칼자국이 있는 자를 검계 구성원으로 간주하여 이들을 모두 잡아 죽이는 방식으로 검계 조직을 일망타진합니다.



■ 검계(劍契)는 오늘날의 조직폭력배였다.

 검계가 주로 하는 일은 약탈, 강간, 살인으로 대개 폭력을 행동 강령으로 삼으며, 몸에 칼자국이 있거나 칼로 자해 해야 한다는 점에서 폭력 숭상의 징표로 보기도 합니다. 또한, 양반에게까지 거리낌 없이 폭력을 휘두르는 모습은 그들이 반사회적이며 반체제적임을 증명합니다.

 이것은 '조야회통(朝野會通)'이라는 사서의 기록에서 검계의 활약(?)을 알 수 있습니다. 조야회통에 의하면 그들은 진법을 익히기도 하고, 사람을 쫓아가 재물을 뺏고 죽이기도 했으며, 처벌이 엄하게 내려지자 남대문과 대간의 집에서 만약 우리가 모두 죽지 않는다면 끝내 너희 배에 칼을 꽂고 말겠다고도 하였으며, 과부를 집단으로 짓밟기도 하였습니다. 

'조야회통(朝野會通) : 조선 시대의 사적(史跡)을 편년체로 기술한 책. 태조부터 경종까지를 수록한 것과, 태조부터 영조 1년(1725)까지를 수록한 두 판본이 있다.

 다시 말해 검계는 오늘날의 조폭과 같이 약탈, 살인, 협박, 강간 등을 일삼는 폭력조직에 불과했을 뿐입니다.

서로 다른 신분으로 재회를 한 동이와 게둬라.

 자신들의 부모가 함께했던 조직이 살인 집단으로 전락하고 만 것과 예전의 계율을 깨고 양반에 대한 복수집단으로 변질한 검계의 사연은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드라마 초반에 약자를 보호하며 관의 부조리를 척결하는 반봉건적인 단체로 묘사되고 검계(劍契)의 왜곡된 진실은 불편할 뿐입니다.<어떤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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