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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TV

재미있는 잔혹동화, 신데렐라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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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은 3월 안방에 찾아온 드라마가 있습니다. 한류를 겨냥한 초특급 스타 연기자가 있는 드라마도 아니고 스펙타클한 액션을 자랑하는 드라마는 더욱 아닙니다.

 하지만, 매회 가슴을 저미게 하는 주옥같은 대사와 아름다운 영상미, 그리고 주조연 배우들의 호연이 빛나는 제대로 된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많은 사랑을 받는 이 드라마는 '신데렐라 언니'인데요.
 
 동화 ‘신데렐라’에서 역발상으로 시작된 ‘신데렐라 언니’는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마저 여읜 구효선(서우 분)과 대성참도가에 뒤늦게 들어온 송은조(문근영 분)와 그녀의 엄마(이미숙 분)간의 갈등을 새롭게 해석한 작품입니다.

 막장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시대에 서정적인 대사와 감동을 주는 영상만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신데렐라 언니'는 제목에서처럼 신데렐라가 아닌 그녀의 언니가 주인공인 드라마입니다.

 말본새 더럽고, 웃음이라고는 냉소밖에 모르며, 아름다운 것에 대한 감동도 삶에 대한 환상도, 드높은 이상에 대한 동경도 없는 아이로 세상에 태어났지만, 엄마의 기구한 운명에 이끌려 마지막으로 안착한 곳에서 만난 새 아버지(김갑수 분)와 그 주변인물들에 점차 동화 되어가며, 그 때문에 내면의 갈등을 주체하지 못해 괴로워하는 신데렐라 언니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들의 모습과 많이 닮은 듯 보입니다.

 실제 신데렐라에겐 왕자님이 유일한 삶의 탈출구였던 것처럼 드라마에서 신데렐라(서우분)의 왕자님은 홍기훈 (천정명 분)입니다. 하지만, 이 왕자는 신데렐라보다는 언니에 관심이 많아 신데렐라의 맘고생은 더 심하죠. 더군나다 이 언니에게는 한정우(택연 분)라는 어링왕자도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신데렐라의 반격도 그리 만만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위와 같은 왕자님들의 외면으로 신데렐라는 언니를 질투하게 되며 시간이 갈수록 주변에 동화되어 착해지려 하는 언니와는 달리 신데렐라는 독해지고 영악해지려 합니다. 구효선(서우 분)은 우리에게 동화 속 신데렐라가 유리구두를 남겨둔 게 치밀한 작전이었다는걸 알려주려 하는 거 같습니다.

 어쩌면 은조와 엄마인 강숙을 짓밟게 되는 우리가 원하지 않는(?) 결말로 달려가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어차피 그 결말이라는게 왕자님과 같이 대성참도가를 지켜내고 행복해지면 되는 거니 그리 나쁘지는 않을 듯 보입니다.

 어릴 적부터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았더래요~'라는 노래를 읊조리다 보면 이 동화를 읽지 않았더라도 동화의 내용을 뇌리에 각인시켜버린 관계로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의 역발상은 우리에게 아직 낯선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도 기존 틀을 완전히 뒤집고 새로운 해석과 반전을 기다리는 우리에게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는 어른들을 위한 즐거운 잔혹 동화임에는 분명한 듯 보입니다. <어떤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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