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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TV

동이, 로맨스와 역사 사이에서 길을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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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월화드라마 '동이'는 무수리 출신으로 숙종의 승은을 받아 후궁이 된 숙빈 최씨의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입니다. 드라마 '동이'가 방영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던 이유는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장희빈이나 인현왕후가 아닌 무수리 출신의 숙빈최씨를 주인공으로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인데요.

사실 숙빈 최씨는 미천한 출생으로 그녀에 대한 기록은 숙종에 의해 후궁이 되면서부터 확인되고 그 이전의 기록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따라서 드라마로 보이는 장악원 노비에서 감찰부 나인으로 변신하는 그녀의 성장 과정은 작가의 상상력일 뿐임을 많은 분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드라마 '동이'가 조선 숙종 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임에는 분명하기에 드라마 초반부터 지금까지 역사왜곡 드라마라는 멍에를 짊어지고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은 비단 '동이' 뿐만 아니라 이후에 방영될 팩션사극이 풀어야 할 숙제임이 분명합니다.

* 팩션 [Faction] :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붙인 새로운 장르.



 본 블로그에서도 드라마 '동이'와 역사적 사실을 몇 차례 비교한 바 있는데요. 이 글들은 동이의 역사 왜곡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인기리에 방영되는 드라마를 통해 실제 역사적 배경을 알리려는 지에서 포스팅한 것입니다.

2010/03/23 - [시청각 교육/컨텐츠속 역사이야기] - [동이]제대로 알면 200% 재미있는 '동이'
2010/03/23 - [시청각 교육/컨텐츠속 역사이야기] - [동이] 비밀조직 검계는 조직폭력배였다.
2010/03/30 - [시청각 교육/컨텐츠속 역사이야기] - 동이와 장옥정의 미래를 예견한 김환은 누구?
2010/04/06 - [시청각 교육/컨텐츠속 역사이야기] - 동이, 장옥정은 왜 궁에서 쫓겨났었나?
2010/04/28 - [시청각 교육/컨텐츠속 역사이야기] - 동이는 정말 장옥정의 사람이었을까?
2010/05/19 - [시청각 교육/컨텐츠속 역사이야기] - 동이, 대비는 독살되지 않았다.
2010/06/08 - [시청각 교육/컨텐츠속 역사이야기] - [동이]인현왕후 폐위, 드라마와는 달랐다.

 문제는 역사왜곡 논란에 대한 질타속에도 이미 팩션사극임을 천명하고 비교적 자유롭게 상상의 날개를 펼치던 제작진 스스로 역사 맞추기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인 나머지 드라마의 완성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겁니다.

 드라마 초반 사극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검계와 장악원의 이야기를 다루고, 깨방정 숙종과 동이의 로맨스를 재미있게 풀어가는 이병훈 PD표 사극다운 '동이'의 줄거리에 시청자들은 시청률로 반응을 보인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드라마가 중반을 지난 '동이'는 숙빈 최씨가 무수리였다는 역사적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다 지금에야 깨달은 듯 현재 벌여놓은 수많은 사건과 줄거리들과 동시에 잠시 이탈시켰던 역사라는 틀에 동이라는 조각을 다시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듯 보입니다. 이미 감찰부 나인까지 되고 멀기만 했던 숙종과의 재회가 이루어진 마당에 동이를 다시 무수리로 만들기는 불가능한 게 아닐까요?

 일부에서는 동이가 숙빈최씨의 일대기를 다룬 사극이므로 우리가 몰랐던 영조 생모의 또 다른 이야기를 원할 수도 있습니다.  이같은 현상은 아직도 많은 분이 대하사극과 팩션사극의 경계에서 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인데요. 가장 최근의 예로 신윤복의 이야기를 다룬 'SBS 바람의 화원'이 드라마 완성도면에서는 많은 찬사를 받았지만 팩션소설을 드라마화 것임에도 역사왜곡 드라마라는 오명을 피할수는 없었죠.

 물론 팩션 사극을 지양하는 제작진은 시청자들의 의견을 무시해선 안 됩니다만 그렇다고 이들의 비판 속에 잠시 접어두었던 역사의 틀을 다시 끄집어낼 필요는 없다 생각합니다.

 시청자들 또한 역사 왜곡의 냉철한 잣대는 대하사극에서 과감히 사용하길 개인적으로 바라면서, 앞으로도 깨방정 숙종과 감찰부 나인 동이의 로맨스는 지속하길 바랍니다. <어떤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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